사회뉴스9

40년 넘게 다닌 골목길인데 '통행료' 5억원 내라니…

등록 2018.08.15 21:24

수정 2018.08.15 21:39

[앵커]
40년 넘게 오가던 내 집 앞 골목길인데, 여길 지나려면 수억원의 통행료를 내라며 소송을 당했던 주민들이 있습니다. 재개발 갈등 때문인데요.

서울 사당동의 한 골목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사연을, 최민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사당동에 있는 한 주택가 골목길입니다. 40여 년 간 이 길을 다닌 이경노 씨는 지난해 황당한 소송장을 받았습니다. 대로변에서 집까지 이어지는 골목길 사용료를 내라는 겁니다.

이경노 / 주민
"진짜 황당했죠. 이런 일이 어딨냐. 40년을 산 길을 무슨 사용료를 내라냐. 우리는 이게 무슨 쇼 같았어. 진짜."

골목길을 끼고 살고 있는 8세대에게 청구된 금액은 모두 5억 8천여만 원. 주민들은 이 골목길을 지나야 만 집으로 갈 수 있습니다. 애초부터 이곳에 사는 열세 가구를 위해 만든 길입니다.

재개발 업자가 역세권인 이곳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문제는 시작됐습니다. 이곳에 거주하는 13가구 가운데 재개발에 동의하지 않는 여덟 가구에만 통행료 청구 소송이 들어온 겁니다. 이 재개발 업자는 골목길과 관련한 자신의 권리 주장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홍래희 / 재개발 업자(골목길 지분 소유자)
"저는 이게 개인 땅이라고 생각을 했고. 지목도 개인 땅이고. 개인 땅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하려고…."

더욱이 이 재개발업자는 통행을 방해하려고 골목길 입구에 자신의 승용차를 버젓이 주차해 놓기도 했습니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를 해 차주에게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되기도 했지만, 차는 아직까지도 골목길 초입에 주차돼 있습니다.

주민들은 구청 등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은 실망스럽습니다. 

동작구청 관계자
"저희가 뭐 분쟁을 조정을 할 수 있는 자체가 없어요. (법적) 권한이 없죠."

주민들 대다수는 70대를 넘은 노인들입니다. 수억 원 대의 골목길 사용료 소송은 지난달 취하됐지만, 재개발을 둘러싼 업자와의 갈등으로 주민들은 더욱 지쳐가고 있습니다.

TV조선 최민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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