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지다

등록 2019.09.16 21:47

수정 2019.09.16 21:51

1909년에 지은 창경궁 대온실입니다. 지붕마루에 하얀 꽃이 늘어서 있습니다. 문에도 곱게 새긴 꽃이 붙어 있습니다. 우리 오얏꽃입니다. 요즘 말로 자두꽃이지요. 오얏꽃은 창덕궁 인정전 용마루에도, 덕수궁 석조전 박공에도 있습니다. 조선 왕실 성씨가 오얏 리(李)자여서 19세기 후반부터 나라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썼다고 합니다.

사라진 이름 오얏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에도 살아 있습니다. 달고 향기로운 자두 아래서는 오해 받을 행동을 삼가듯, 선비의 바른 처신을 얘기합니다.

단양 군수였던 퇴계는 친형이 충청도 관찰사로 부임하자 "온당치 않다"며 자진해 경상도 풍기 군수로 옮겨갔습니다. 퇴계가 계속 단양에 있었다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오비이락의 오해를 받을 일이 생기고 말았을 겁니다. 

"(피의사실 공표 준칙을) 준비 중에 있었는데… 오비이락이 될 것 같아서 유보상태에 있는 중입니다"

검찰의 조국 의혹 수사 와중에 피의사실 발표를 막으면 다른 의도를 의심받을 수 있다는 당연한 얘깁니다.

그런데 조국 장관 취임 일주일 만에 법무부가 결국 형사 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만들기로 했답니다. 인권보호 측면에서 지나친 피의사실 유포를 막겠다는 방향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이른바 적폐 수사에서는 기소도 되기 전에 혐의 내용이 보도되기 일쑤였습니다. 한 검사는 "사실과 다른 피의사실이 흘러나와 괴롭다"며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별말이 없던 여권과 법무부가 왜 하필 지금 이러는 것인지는 따로 설명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조 장관 부인이 "검찰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이 보도되고 있다"고 비난한 것도 그냥 흘려듣기 어렵습니다.

법무차관이 윤석열 총장을 제외한 별도 수사팀 구성을 제안한 것 역시 조국 후보자가 법무장관이 돼서는 안 됐던 이유를 새삼 증명합니다. 우려했던 일들이 지금 다 현실로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법무장관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의 첫 수혜자가 자기 가족이 된다면 누가 이 개혁을 신뢰하고 지지하겠습니까?

9월 16일 앵커의 시선은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지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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