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당신이 검사냐

등록 2020.01.20 21:48

수정 2020.01.20 21:51

1980년대 박노해와 함께 노동자 시인으로 꼽혔던 백무산. 세상을 향한 그의 신랄한 야유 중에 이런 시가 있습니다.

"주인 나오면 극성으로 짖어대고 덤벼드는 저 개는, 지가 개가 아닌 줄 아는 모양이다… 주인 나왔겠다, 충직하게 아무렇게나 용맹스럽게 짖어댄들 어떠리. 뒤에서 바람 부니 어떠리…"

노련한 농부도 논에 자라는 잡초, 피를 뽑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겉보기에는 벼와 워낙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맹자도 벼를 망치는 피처럼, 비슷하지만 아닌 것 '사이비'를 미워했습니다. 하지만 피도 결국엔 정체를 드러냅니다. 이삭 무게를 못 이겨 벼보다 깊이 고개를 꺾기에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찍이 "정치검찰의 역사가 건국 이후 함께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두 차례 대선에서 "청와대가 검찰 인사에 관여하는 악습을 고치겠다"고 약속한 것도 그런 '정검 유착'을 끊겠다는 뜻이었을 겁니다.

심재철 대검 반부패부장은 추미애 장관이 검찰 개혁을 내세우며 단행한 첫 인사에 따라 부임했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 윤석열 총장 주재 회의에서 조국 전 장관의 감찰무마 의혹을 무혐의 처리하자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틀 뒤 상가에서 아래 간부로부터 "당신이 검사냐"는 항명성 항의를 받았습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주재한 확대회의에서는 한 간부가 윤 총장의 취임사 한 대목을 읽는 일도 있었습니다.

"형사 법집행은…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됩니다”

지금 국민은, 검찰 인사가 울산 하명수사 의혹과 감찰무마 의혹 수사에 언제 어떻게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인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검찰권을 자제하라"는 중앙지검장 취임사가 그 예고편이었다면, 반부패부장의 조국 무혐의 주장은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을 밟은 것입니다.

그런데 추 장관은 대검 간부의 공개 항의가 "장삼이사도 안 하는 상갓집 추태"라고 했습니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나무라는 격입니다.

이제 곧 추 장관이 직제개편과 중간간부 인사를 하고 나면 국민의 눈은,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다 분명하게 볼 수 있을 겁니다.

1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당신이 검사냐"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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