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깜깜이 수도권

등록 2020.06.09 21:50

수정 2020.06.09 21:57

학자 군주 정조는 이 창덕 후원 주합루에서 개혁정치와 문예부흥을 꿈꿨습니다. 그윽한 달빛 아래 이층 주합루의 빛 그림자가 부용지에 흔들립니다.

봄밤 청사초롱을 들고 거닐던 관람객들은 국악의 흥취에 빠져듭니다.

지난 10년 사람들을 꿈결 같은 시간여행으로 이끌었던 창덕궁 '달빛기행'이 올봄 단 하루만 진행되고 멈췄습니다. 좀처럼 가라앉을 줄 모르는 수도권 코로나 때문입니다.

달빛기행 같은 특별 프로그램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4일까지 4대 궁궐과 왕릉들이 아예 빗장을 걸었습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도 문을 열어 한 가닥 위안이 됐는데 전면 관람 중단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인천의 센트럴 파크'로 불리는 90만평 인천대공원도 출입을 막았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만발하는 양귀비와 수레국화가 올해는 구경해주는 사람도 없이 홀로 흐드러졌겠지요.

코로나 방역을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완화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인구 절반이 밀집한 수도권에서 집단감염이 잇달고 있습니다. 이태원 클럽, 쿠팡 물류센터, 개척교회, 방문판매업체를 거쳐 탁구장까지 꼬리를 무는 사이, 초중고 전원 등교가 시작돼 조마조마하기만 합니다.

"보건당국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사실 깜깜이 감염입니다…"

감염원을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는 지난 2주 10퍼센트에 육박해 생활 속 거리 두기 상한 기준 5퍼센트의 두 배 가깝습니다. 국민이 기대했던 일상 회복은커녕 다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돌아가야 할지 모르는 기로에 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한일 확진자 숫자입니다. 두 나라 모두 지난달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한 뒤 유월 들어 일본 확진자가 3백스물여섯 명으로 우리 3백마흔아홉 명보다 적어졌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호되게 당해본 일본사람들이 생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킨 덕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미터 거리를 유지하면 감염 위험이 82% 정도 감소되고… 마스크 쓰면 85%까지…"

국민적 자존을 높여줬던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는 없습니다. 코로나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긴장이 풀렸다면 이제 다시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할 때입니다.

6월 9일 앵커의 시선은 '깜깜이 수도권'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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