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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文 지지율 80%" 외치며 시장 된 은수미…법원 "보궐선거가 낫다"

등록 2020.02.07 19:29

수정 2020.02.07 19:41

[취재후 Talk] '文 지지율 80%' 외치며 시장 된 은수미…법원 '보궐선거가 낫다'

2018년 5월, 은수미 당시 성남시장 후보 정론관 기자회견 / 연합뉴스

◆"조폭" 질문에 "文 지지율 80%" 답했던 은수미 후보
수원고등법원이 은수미 성남시장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당선 무효형'. 모 정치인의 표현대로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저는 2년 전 은 시장이 출마했을 때부터 2심 선고까지 쭉 지켜봤습니다. "시민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 된 은 시장. 어쩌다가 2심에서 '정치적 사형' 선고를 받게 된 걸까요? 2018년 6월 지방선거 1달 전입니다. 은수미 당시 성남시장 후보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 회견을 엽니다. 은 시장이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 코마트레이드 이 모 대표로부터(현재 구속 수감 상태) 운전기사 등의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TV조선의 단독 보도였습니다.

은 시장은 국회에 직접 나와 해명 기자회견을 엽니다. 당시 민주당을 담당하던 저는 현장에서 은 시장에게 수차례 '조폭 관련' 의혹을 질문했습니다. 그런데 순간. 귀를 의심케 만드는 답이 나왔습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80% 육박합니다" 은 시장은 출마 전까지 문재인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여성 가족 비서관으로 근무했습니다. 당시 '친문'으로 분류됐습니다. 은 시장은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조폭 의혹'은 묵살하며 "여기 계신 기자분들도 촛불 든 시민이고 성남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받고 싶다"라고 요구했습니다. 의혹에 대해서는 "한 푼도 받은 적 없다"라는 원론적인 말뿐. 구체적 해명은 없었습니다. 결국 은 시장은 57.6% 높은 득표율로 성남시장에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이때 소위 '뭉갰던' 은 시장의 결정. 법원은 "막대한 비용이 들더라도 보궐선거가 낫다"라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취재후 Talk] '文 지지율 80%' 외치며 시장 된 은수미…법원 '보궐선거가 낫다'
2020년 1월, 은수미 성남시장 2심 선고 후 모습


◆"당선무효" 질문에 "신종 코로나" 답한 은수미 시장
은 시장은 지난 6일 수원고등법원에 출석했습니다. 2년 전 제기됐던 의혹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허가되지 않은 불법 정치자금(교통비, 운전 기사 채용비 등의 편의)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겁니다. 은 시장에게서 2년 전 자신 있던 모습은 많이 사라져 보였습니다. 2심 법원은 선고했습니다. "벌금 300만 원" 검찰이 구형했던 판결보다 2배나 높았습니다. 당선 무효 기준보다는 3배나 높은 형량입니다.

재판을 받고 나온 은 시장에게 "당선 무효에 대한 심정"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또 귀를 의심케 하는 답이 나왔습니다. "상고 잘 대응하겠습니다만, 지금 저는 시장으로서 신종 코로나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물론 당연히 시장으로서 중요한 임무입니다. 하지만 기시감이 듭니다. 2년 전과 묘하게 비슷합니다. 정말 '조폭 의혹' '당선 무효형'. 은 시장님께 덜 중요한 문제인가요?

 

[취재후 Talk] '文 지지율 80%' 외치며 시장 된 은수미…법원 '보궐선거가 낫다'
조폭출신 사업가 이 모 대표 / 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갈무리


◆은수미 측 "편파 판결"… 법원 "정치인 자세 망각"
은수미 시장의 변호인단은 7일 입장문을 냈습니다. 2심 재판부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은 시장 측은 "반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선무효형을 선고하는 것은 편파적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은 시장은 의혹 제기된 시점부터 코마트레이드로부터 단 한 푼도 받지 않았고 이를 해명했고 사실로 밝혀졌다" "이를 믿은 성남 시민들의 압도적 투표로 당선됐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의혹 제기 전에는 운전기사 제공이 '자원봉사'인 줄 알았고. 이후로는 받지 않았다는 겁니다. '선거는 이겼고 의혹도 다 해명됐다' 주장입니다.

하지만 1심, 2심 법원은 모두 은 시장의 주장을 적극 반박했습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1심) 판결문 내용입니다. 은 시장은 2016년 6월 2일 20대 총선 낙방 후 조폭 출신 사업가 이 대표와 식사를 합니다. 이 자리에서 은 시장은 "다음 선거에 나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대표는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라고 제안합니다. 회동이 있은지 5일 후 이 대표는 은 시장에게 차량과 월급 200만 원 상당의 운전기사를 제공합니다. 은 시장은 1년 가까이 이 차량을 타고 다니며 병원 검진, 미용실, 동창회까지 다닙니다. 은 시장은 한 번도 운전기사에게 '왜 운전을 해주는지' 묻지 않습니다. 자원봉사라고 주장하면서 운전기사에게 '정치적 성향'도 묻지 않았습니다. 그냥 당연한 듯이 운전기사로 이용합니다.

이를 근거로 1심 법원은 은 시장의‘자원봉사’주장에 대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일반인이 혼란을 가질 위험한 주장"이라고 판시합니다. 2심 재판부는 나아가 "100만 인구 도시 시장의 윤리의식이라고 믿기지 않는다"라고 했고. "정치인의 자세를 망각하고 반성도 하지 않는다"라며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취재후 Talk] '文 지지율 80%' 외치며 시장 된 은수미…법원 '보궐선거가 낫다'
신종 코로나 점검하는 은수미 시장 / 성남시청


◆법원 "막대한 사회 부담을 보더라도 보궐선거가 낫다"
지난 6일 '당선 무효형'을 선고하며 2심 재판부는 고민을 토로했습니다. 재판부는 "은수미 시장이 지방선거에서 당선되어 형을 정하는 데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은 시장 측 주장처럼 "시민이 선택한 후보자를 법원이 당선무효할 수 있냐"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 겁니다.

그렇지만 법원은 '당선 무효형'을 선택했습니다. 이유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은 공천을 배제할 정도로 주요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선거 전 의혹이 나왔음에도 '친문' 후보를 밀어붙인 당시 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또 당시 유권자들이 "정치적 음해다" "불법 정치자금을 한 푼도 받은 적 없다" "운전기사는 자원봉사였다"는 은 시장 말을 믿고 투표한 점도 당선 무효형의 이유로 적시했습니다. 선거 때 나온 은 시장의 '자원봉사' 주장. 1.2심 재판부는 한결같이 허위라며 유죄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2심 재판부는 강한 어조로 "보궐선거가 열려 생기는 막대한 사회적 부담을 고려하더라도 당선무효형이 맞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은 시장은 "文 지지율 80% 보다 중요하지 않다"라고 넘겼던 '조폭 연루 의혹'. 법원은 중요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코로나에 대응을 위한 시장직 유지보다도. 사회의 윤리와 준법 의식이 더 중요하다고 법원은 판단한 겁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지적했듯 "기득권을 누리는 진보가 정의의 기준을 무너뜨리는 것"을 법원이 막아선 겁니다.

은수미 시장은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앞으로 대법원은 원칙상 '법률심'이라 형량 부분은 심리하지 않습니다. 유무죄 부분만 다룹니다. 검찰과 은 시장의 마지막 정면승부인 겁니다. 대법원이 '무죄 취지 파기 환송'으로 은 시장의 손을 들어줄지. '원심 확정. 당선무효' 판결. 1,2,3심 법원의 모두 일치하는 유죄 판단으로. 결국 검찰 승리로 끝날지. 마지막 판단을 지켜보겠습니다. / 주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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