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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의사 떠나 수많은 국민들 고통 속에 죽어가" 아산병원 흉부외과 부교수 사직

등록 2024.03.19 14:48

수정 2024.03.19 14:59

'젊은 의사 떠나 수많은 국민들 고통 속에 죽어가' 아산병원 흉부외과 부교수 사직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최세훈 부교수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부교수가 사직했다.

19일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부교수는 자신의 SNS에 사직의 변을 올리고 "이 상황을 도저히 못 견디어 사직서를 낸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전공의와 전임의가 사직한 후 제가 혼자서 수술할 수 있는 환자는 이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면서 "급한 환자들을 우선적으로 수술하다 보면 나머지 환자는 그저 쌓여만 간다"고 현재의 병원 상황을 묘사했다.

최 교수는 후배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만나는 전공의와 학생 누구에게나 흉부외과는 정말 좋은 과라고, 평생에 걸쳐 자부심과 감사함을 느끼는 인생을 산다고 적극 권하였다"면서 "이 모든 것이 전공의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너무 슬프고 황당해서 요사이 계속 머리가 멍한 채로 방황하고 있다"며 "정책의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그 정책으로 인하여 한 나라의 의료가 붕괴된다면 아마추어 정부, 돌팔이 정부일 뿐이다"라고 의대증원 정책과 필수의료패키지를 비판했다.

최 교수는 "전공의들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이 땅의 가장 어려운 환자들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고, 전문의가 되어 이 땅 의학의 맥을 이어갈 사람들"이라며 "그들 모두가 떠난 지금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에는 절망 밖에 남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전공의들에 행정명령을 내리고 면허취소 절차를 진행 중인 것과 관련해선 "정부는 해결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여전히 위협과 명령으로만 그들을 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젊은 의사 떠나 수많은 국민들 고통 속에 죽어가' 아산병원 흉부외과 부교수 사직
/최세훈 부교수 페이스북

또 "환자 한 명의 죽음이라도 직접 경험해 봤으면 절대로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나라 전체를 망하게 할 정책을 고집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복지부의 강경 대응 방침을 비판했다.

최 교수는 예정된 수술 일정을 소화하고 병원을 떠난다는 계획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수많은 국민이 고통 속에 죽어갈 때에, 그 책임이 이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인간들에게 있었다는 것만은 우리 국민들께서 오래동안 기억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빅5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15일부터 비상운영체제를 가동했다. 소속 전공의는 578명으로 전체 의사의 약 34.5%를 차지하는데 대부분이 병원을 떠난 상태다.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번주 사직서를 취합해 오는 25일 대학 측에 일괄 제출하기로 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도 25일을 집단 사직서 제출 기한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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