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민생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대부분 수조원씩 세금이 드는 정책인데,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는지 실현은 가능한 건지 따져 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요즘 세금 깎아준다는 정책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것 같아요?
[기자]
먼저 새해 들어 대통령실과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 백지화를 꺼냈습니다. 또 개인종합자산관리 계좌(ISA)의 비과세를 늘리기로 했습니다. 모두 재테크에 관심 많은 2030세대를 겨냥한 건데요. 이밖에도 각종 소득 공제와 세제 혜택을 포함해 정부가 최근 한 달 동안 내놓은 감세와 규제 완화 대책만 스무 건이 넘습니다.
[앵커]
전부 세수가 줄어들거나 돈이 드는 것들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수 조 원씩 드는데요. 내년부터 시행하려던 금투세가 폐지되면 연간 1조 원이 넘는 세수가 줄어듭니다. 유류세 인하에 9조 원, 공익사업과 연계해 거둬들이는 부담금은 올해 25조 원 규모입니다. 간병비 지원에 연간 15조 원이 필요한데 건강보험 재정은 내년부터 적자입니다.
[앵커]
다 시행할 수는 있는 겁니까?
[기자]
그것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주요 정책들은 법 개정이 필수라 야당의 협조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금투세는 1년 전 여야가 합의했던 사안이라, 정부가 일방적으로 폐지하겠다고 하면 여야 합의 파기입니다. 자칫 실거주 의무 폐지처럼 혼란만 부추길 우려도 있습니다.
[앵커]
민주당 정책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민주당은 사흘 전 안건조정위에서 재정보전액 4조 원이 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통과시켰습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 아홉달 만인데요. 국민의힘은 농민 표심을 노린 보여주기식 입법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또 앞서 보셨던 저출생 대책과 함께 공공의대 설립, 경로당 점심 제공 등을 내놓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정책들, 감당할 수 있는 상황입니까?
[기자]
이미 지난해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면서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60조 원대에 이릅니다. 올해는 9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올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의 3.9%로 늘어납니다. 그런데도 부족한 세금을 어떻게 메꾸겠다는 대안은 없습니다.
하준경 /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사실 세수 문제가 더 심각하죠. 지금 논의가 되고 있는 감세 정책들은 산업 정책이나 전략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당연히 재정 건전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어요."
[앵커]
나라 살림이 어려워지거나 말거나 밀어붙이는 건 선거를 앞둔 탓이겠지요?
[기자]
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총선을 2주 앞두고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을 발표했습니다.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이었죠. 지난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을 비판했던 윤석열 정부도 똑같은 유혹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우철 /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여야를 막론하고 너무 뒷감당 없이 재원 대책 없이 약속을 하고 있고. 세제를 볼모로 인기 위주로 법안 폐지나 개정을 이용하는 건 지금 혼란을 줄 수 있고 사후적인 또 대응이 계속 문제가 될 겁니다."
[앵커]
일단 지르고 보는 식의 무책임한 정책은 유권자들이 거르는 수밖에 없겠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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