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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죗값 치렀다"는 조국, 사면 받지 못한 802만 원

  • 등록: 2025.08.12 오전 09:06

  • 수정: 2025.08.12 오전 09:10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2019년 8월과 9월, 이른바 '조국 사태'를 취재했다. 당시 조 씨 일가 비리 혐의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있다. 바로 조국 씨의 딸 조민 씨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받은 장학금 802만 원이다. 다른 많은 입시 비리가 너무 강력했던 것일까. 802만 원에 대해서는 취재도 어렵고 그리 큰 관심도 받지 못했다. 심지어 당시 검찰도 "다른 거에 비해 너무 자잘해서 기소도 안 했다"고 했다.

조민 씨는 2014년 고려대 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입학한다. 그해 조민 씨는 1학기와 2학기, 1년 동안 이 곳에 적을 뒀다. 그리고 한 학기 당 401만 원씩, 802만 원의 장학금을 받는다. 故 구평회 명예회장이 서울대에 기부한 돈이었다.

이 802만 원은 누가 어떤 과정으로 조민 씨에게 줬을까. 기부한 측에서는 "관악회나 서울대 쪽에서 줬다", 장학금을 지급한 서울대 장학재단 관악회는 "5년 지나 자료가 없다, 당시 직원들도 다 퇴사했다", 지도 교수도, 대학원장도, 조국 씨나, 조민 씨도 모른다고 했다.

"신청을 하거나 전화를 하거나 연락을 하거나

환경대학원 어느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중략) 장학금이 남아서 그랬는지 어떤 것인지 그 자체를 알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선정되어서 받았습니다."(조국 2019년 9월 2일)

2019년 당시 환경대학원 학생들에게 물어봤다. 802만 원은 재학생 어느 누구도 그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는 장학금이었다. 수백만 원의 돈이 누구도 모르게,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져 조민 씨의 입으로 들어갔다. 왜 하필 당시 현직 서울대 교수인 조국 씨의 딸에게 갔을까. 조민 씨 본인도 왜 자신이 받았는지도 모를 정도니, 다른 이들은 장학금 신청도 하지 못했다. 여타 다른 입시비리들은 조민 씨가 부정한 방법으로 다른 학생을 밀어내고 합격하긴 했지만, 일반 학생들도 적어도 함께 지원할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802만 원은 기회 자체의 박탈이었다.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당연히 여기서 공부하는 학생들 중에서도

경제 상황이 쉽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을 합니다."

"정확히 어떤 장학금인지는 제가 정확히 알지 못해서

사회취약계층을 위해 만들어진 장학금이라면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불합리하다고 느껴져요.

궁금한 건 그렇게 재산이 많으시다면

왜 그거를 지원을 한 건지도 궁금하고요."

(서울대 환경대학원 재학생 2019년 8월 21일)

"돈이 없어 알바를 한다"면서 "와 그런게 있어요?"라 되묻는 대학원생도 있었다. 분개할 법도한데, 조민 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알바하러 가는 길인 걸까. 그저 씁쓸한 표정으로 바쁘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누구도 이에 대해 진상을 파악 하지 못했다. 너무 '자잘해서' 나보다 능력 있는 기자들이 취재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소액이지만 입사 뒤 계속 모교에 기부한 내 돈이 조민 씨 사례와 같이 아무렇게나 지급됐던 건 아닌가 아쉬움도 컸다. 2019년 이후에도 지난해까지 서울대 관악회에 매년 이맘때 전화해, 이 802만 원의 행방에 대해 물었다. 자료는 전혀 없는 건지, 혹시 나온게 있는지, 아무도 모르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지금은 개선된 것인지. 관악회는 답이 없었다. 2019년 이후 줄곧, 관악회는 유감 표명 한 마디 없었다. 조국 씨처럼.

이번 조국 씨 사면에 대해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조국의 인생을 자르고 베어 끊어버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들이 국민 앞에 참회의 눈물을 흘릴 차례"라고 썼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그와 그의 가족은 이미 죗값을 치렀다"고 했다.

기회의 박탈, 그리고 그 박탈의 진실과 책임이 묻히면서, 많은 국민들이 과연 우리 사회는 공정한가, 일반인은 아예 알지도 못하는 밀실에서 자기들끼리 부당하게 나눠 먹는 건 아닌가, 기회 자체도 박탈되는게 아닌가 의심을 하게 됐다.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자르고 베어 끊어버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들이 국민 앞에 참회의 눈물을 흘릴 차례는 언제 올까.

"나는 이렇게 힘들게 벌고 있는데

남은 쉽게 버는구나

자꾸 반복적인 이런 논란들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사회에 만연해서.

그런 입장에서 고통을 받고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2019년 8월 서울대 공대 재학생)

영화 <밀양>에서 주인공 신애는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유괴범을 찾아 교도소에 간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아픔을 극복한 신애가 유괴범을 용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유괴범은 이미 하나님을 영접하고, 편안한 표정으로 용서받았다고 말한다. 신애는 충격을 받고 쓰러진다.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누가 용서해?"(2007 영화 <밀양> 주인공 신애)

과도한 예임을 안다. 802만 원에 대해서는 법적 판단도 받지 않은 조국 씨를 흉악범과 동일시하려는게 아니다. 이번 사면을 보고 신애와 같이 느끼는 국민들은 얼마나 많을까.

802만 원은 결코 자잘한 돈이 아니다. 하지만 검찰이 기소도 하지 않아 진실은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조국 씨가 이번 사면으로 802만 원에 대해서조차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많은 국민들은 아직 그를 사면하지 않았다.

"법무부 장관이 해야 될 일은 (중략)

공정한 법 질서 확립입니다.

즉 법 앞에 평등의 문제인 것입니다.

지위가 어떠하건 돈이 있든 없든 간에

법이 공평하게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

법무부 장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국 2019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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