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광복절은 8월 15일인데 중국은 왜 9월 3일에 전승절 행사를 하는 걸까요? 중국 전승절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에 대해 신유만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신 기자, 중국이 왜 오늘 2차 대전 승리를 기념하나요?
[기자]
1945년 8월 15일은 일본이 항복 선언을 한 날입니다. 이후 같은 해 9월 2일 일본 도쿄 앞바다, 미군 미주리 함 위에서 2차 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의 항복 문서 서명식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중국은 승전국 자격으로 항복 문서에 서명했는데요, 당시 중국의 권력자였던 장제스가 이튿날인 9월 3일에 항복 문서를 전달받고 이 날을 전승절로 정했습니다. '전승절'이라는 말의 느낌이 우리나라 광복절하고는 좀 다르죠. 우리는 피식민국의 입장에서 빛을 찾았다, 독립했다는 의미이고 중국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승전국의 입장에서 이름을 정했습니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이유도 2차대전 주요 승전국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렇게 중요한 날인데 비교적 최근까지도 중국 전승절 행사가 없었던 것 같은데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실제로 중국이 '9월 3일' 전승절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한 건 불과 11년 전인 2014년부터입니다. 중국의 오래된 역사 때문인데요, 사실 중국의 항일 전쟁을 이끈 건 지금 중국을 지배하는 공산당이 아니라 장제스의 국민당이었습니다. 공산군은 항일 투쟁보다는 전력 보전에 주력하며 세를 확장했고, 그 덕에 2차대전 직후 벌어진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이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공산당 정부는 9월 3일 전승절을 전면에 내세우기 부담스러웠던 겁니다.
강준영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자신들은 2차대전하고 별 관계가 없기 때문에 기념을 안 했었어요. 일본하고 싸워서 이긴 거는 국민당 군대가 이긴 거거든요. 전쟁에서의 성과는 많이 거두지 못했고 (19)49년까지 내전을 한단 말이에요."
[앵커]
그런데 중국 공산당은 왜 지금 와서 전승절을 크게 띄우고 있는 건가요?
[기자]
2012년 말부터 집권한 시진핑 주석은 항일 역사 서술에서 국민당을 지우고 공산당의 역할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미소 냉전 구도 해체 이후 중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나라가 됐다는 걸 천명하기 위해 전승절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 전승 70주년을 기념해 처음으로 크게 열병식 행사를 했고요. 10년 만인 올해 80주년 행사를 한 겁니다.
김한권 /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장
"미중 전략적 경쟁 구도가 부상하고 점차 심화해 가니까 중국 정부는 이를 반미 또는 미국에 비판적인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면서 대내외적으로 중국의 우방국들과의 연대를 강조하는 그런 기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앵커]
중국이 하필 톈안먼에서 열병식을 하는 까닭은 뭔가요?
[기자]
톈안먼 광장은 1949년 10월 1일에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포한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열병식을 할 만큼 넓고 탁 트여 있는 몇 안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톈안먼 광장은 1989년 중국의 마지막 대규모 민주주의 항쟁인 '톈안먼 사태'가 일어난 곳이기도 하죠. 이 때 언론 자유와 정치 개혁을 요구하던 시민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이 중국 인민해방군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렇게 톈안먼은 여러 역사적 의미가 겹쳐 있는 입체적인 공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전승절 행사 이면에 깔린 역사와 중국의 의도를 잊으면 안 되겠군요. 신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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