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26년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투표 용지 부족' 사태입니다. 이번 사태의 원인, 황병준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황 기자,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거죠?
[기자]
이른바 '50% 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중앙선관위가 투표용지 인쇄 전에 각 지역 선관위에 내린 지침을 말하는 건데요. '선거일 투표용지 인쇄 매수는 축소 인쇄가 필요할 경우 선거인수의 하한 50%를 기준으로 조정 가능하다'는 내용입니다. 쉽게 말해, 선거 당일 본투표 할 사람을 미리 가늠해서 지역 유권자수의 최소 절반 이상만큼은 인쇄해 놓아라, 50%도 되고, 60%도 되는데 이건 각 지역 선관위가 자체 판단하라, 라는 거죠. 이 기준, 이번에 처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2022년 대선과 지선, 2024년 총선 모두 본투표일 용지 인쇄 기준은 최소 60~70%이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50%로 낮추면서 용지 부족 사태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그러면 왜 50%로 낮춘 거죠?
[기자]
이와 관련해 선관위의 구체적인 입장이 나온 건 없습니다만, 앞서 선관위가 낸 연구 용역 보고서가 힌트를 줍니다. 해당 보고서엔 투표용지 인쇄 축소방안이 담겨있는데요. 보고서엔 투표용지 인쇄업체 섭외에 어려움이 있다, 지난 선거에서 축소 인쇄 했는데도 폐기되는 게 많다, 라고 지적한 뒤 본투표에 사용하는 투표용지 인쇄량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관리가 어려운 '잔여 투표용지'를 줄이기 위해 더 적게 인쇄해야 한다는 거죠. 이런 제언이 이번 선거 준비과정에 반영된 겁니다.
[앵커]
그러면 투표용지 갯수, 실제로 얼마나 부족했습니까?
[기자]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여러 곳에서 발생한 송파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서울시장 선거를 기준으로 송파구 선거인수는 52만 3643명입니다. 이중 50%니까, 26만 1822장을 인쇄한 셈이고요. 총 투표수에서 사전투표와 거소투표를 뺀 본투표 인원은 21만 5544명이죠. 그러니까, 투표용지가 실제 본투표를 한 사람보다 4만 6000장 이상 많이 인쇄된 겁니다. 그럼에도 부족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각 투표소에 할당되는 투표용지 배분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윤왕희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전공 교수
"각 세부적인 투표소별로 어느 정도 투표 용지가 필요하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전혀 배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거 아닙니까? 투표용지를 50%만 하라고 지침을 내렸더라도 50%만이라도 잘 가동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췄어야 되는 거죠"
각 투표소에 몇 장의 투표용지를 배부할지는 각 구시군 선관위의 판단에 따라 진행된다는 게 중앙선관위 측 설명입니다.
[앵커]
특히나 국민의힘 강세 지역에서 이런 사태가 나와서, 의구심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죠?
[기자]
네 공교롭게도 송파구 12곳과 강남구, 광진구 각각 1곳에서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는 게 선관위 설명인데요. 특히 왜 송파구에서 가장 많은 용지부족 사태가 발생했는지, 지난해 대선에서 투표율이 80%를 넘겼던 곳이 왜 유권자의 50%만큼만 투표용지를 준비했는지에 대해선 "조사 중"이라며 함구하고 있습니다. 일단 선관위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진상 조사위를 설치 운영하겠다고 밝혔는데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지웅 /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에 직접적인 차질을 빚었잖아요. 선관위의 예측 실패 대응 미흡에 대해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그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앵커]
선관위는 투표용지 종이값을 아끼는 조직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민심이 소홀히 여겨지지 않도록 공정하게 관리하는 조직입니다. 향후 선관위의 조치, 잘 지켜보겠습니다. 황 기자,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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