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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조챗] 대선보러 몰디브, 현장개표 배우려 로마·피렌체…선관위 '글로벌 행보'

  • 등록: 2026.06.16 오전 11:38

  • 수정: 2026.06.16 오후 14:09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몰디브 대통령선거 참관 결과보고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몰디브 대통령선거 참관 결과보고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6·3 지방선거가 끝난 지 2주가 지났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둘러싼 후폭풍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과 개표 오류로 드러난 부실 선거 관리는 시작에 불과했다.

선거철 수백 명의 휴직, 시민들이 항의하던 날 벌어진 청사 내 골프 스윙, 몰디브·코타키나발루 해외 출장 논란까지 선관위 안팎에서 황당한 실태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단순한 업무 실수를 넘어 조직 기강과 운영 시스템 전반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선거 관리 실패 뒤에 가려져 있던 선관위의 민낯을 짚어봤다.
 

신혼여행지 골라 간 선관위…'세금 낭비형' 국외 출장 논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몰디브 대통령선거 참관 결과보고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몰디브 대통령선거 참관 결과보고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 관리 부실로 연일 뭇매를 맞고 있는 선관위의 기강 해이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은 바로 '공무국외출장'이다. 최근 3년간 선관위가 진행한 해외 출장 및 연수는 총 56회로, 방문 횟수만 80차례에 달했다.

특히 출장지 다수가 선거 연구라는 공무 목적과는 거리가 먼 세계적인 휴양지와 이른바 '신혼여행 성지'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돼 외유성 출장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가장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지난 2023년 9월 직원 5명이 7박 9일 일정으로 다녀온 '몰디브 대통령선거 참관 출장'이다.

대표적인 신혼여행 명소인 몰디브를 방문한 이들은 현지 선거운동과 선거사무소 방문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후 공개된 결과 보고서에는 심도 있는 제도 분석 대신 푸른 해변과 아름다운 현지 거리 풍경 사진이 다수 포함돼 사실상 세금으로 휴양을 즐긴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또 다른 신혼여행지의 메카로 꼽히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출장 역시 같은 비판에 직면했다.

선관위 직원들은 지난 2023년 11월 태국을 포함해 코타키나발루 신설 분관 등을 방문하는 6박 8일짜리 출장을 다녀왔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짠 주요 일정은 분관 확인과 현지 한인 교회 방문 등이 전부여서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최고급 휴양지까지 찾아갈 이유가 있었느냐는 실효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 적용 가능성이 전무한 무리한 연구를 핑계로 유럽 관광지를 찾은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25년 11월 영남 지역 시·군·구 선관위 소속 직원 5명은 '이탈리아의 투표소 현장 개표 도입 방안 연구'를 위해 로마와 피렌체를 9일간 방문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제출한 보고서의 최종 결론은 "한국은 제도적으로 불가하며 인력 39만 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의 재확인에 그쳐 예산 낭비 논란을 자초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체 출장의 절반에 달하는 40회가 유럽 지역에 쏠렸으며,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등 복수 국가를 한 번에 묶어 도는 '패키지 여행식' 동선이 다수 확인됐다.

실제로 8박 10일간 진행된 이탈리아 청년 정치 실태 연구 보고서에는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를 유람하고도 일반인 단 1명의 인터뷰 사진만 실려 선관위의 느슨한 행정 실태를 그대로 증명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선거 제도를 참고할 만한 국가를 규정과 절차에 따라 선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시민들은 항의하는데…청사 내 '골프 스윙'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조직의 기강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징후는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전국 투표소가 용지 부족으로 마비되고 청사 밖에서 시민들이 항의 집회를 열고 있던 선거 당일 저녁, 대구 중구선관위 소속 직원이 청사 계단에서 골프 스윙 연습을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다 투표를 포기하는 상황에서, 선거 총괄 기관의 직원은 국가적 위기 상황보다 개인의 취미 생활을 더 우선시한 것이다.

심지어 해당 직원은 그 시간대에 수당이 지급되는 ‘시간 외 근무’를 신청해 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져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줬다.

이러한 느슨한 근태는 과거 감사원 감사 결과가 재조명되면서 한층 더 충격을 주고 있다.

강원선관위 소속의 한 직원은 연차 승인 없이 무단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온 뒤, 본인이 직접 결재하는 방식으로 근태를 조작했다. 이 직원은 무려 8년 동안 무단결근 100일, 허위 병가 81일을 사용하고 124차례나 해외를 드나들면서도 3800만 원의 급여를 꼬박꼬박 챙긴 것으로 드러나, 선관위 내부의 근태 관리 시스템이 사실상 무법지대였음을 방증했다.

 

가장 바쁜 프로젝트 앞두고…수백 명 '집단 휴직'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일반 기업이나 공직 사회에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선거철 집단 휴직' 역시 고질적인 문제다.

1년 중 가장 중요한 국가적 대사인 선거를 코앞에 두고 선관위 핵심 인력들이 무더기로 조직을 이탈하는 현상이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다.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둔 지난 5월 말 기준 선관위 내 휴직자는 181명으로 전체 정원의 약 6%에 달했다. 지난해 말 148명이던 휴직자는 올해 1월 164명으로 늘더니 선거가 임박할수록 오히려 더 증가했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져 업무 강도가 극에 달했던 2022년에는 특정 달의 휴직자가 2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육아나 질병 휴직 등은 법적으로 보장된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전 직원이 총동원되어도 모자랄 국가적 선거 준비 기간에 수백 명씩 자리를 비우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은 조직 내 긴장감과 책임 의식이 완전히 실종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전쟁을 앞둔 군인들이 집단으로 휴가를 떠나 전선을 비운 꼴"이라며, 이번 투표용지 부족과 개표 혼란이 결국 이러한 인력 공백과 안이함이 불러온 인재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왜 반복되나…'독립성' 뒤에 가려진 책임 공백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전문가들은 선관위 논란이 반복되는 배경으로 내부 통제와 외부 감시가 모두 취약한 구조를 꼽는다.

9명의 중앙선관위원 가운데 상임위원은 1명뿐이고 나머지는 비상임 체제다. 조직을 상시적으로 관리하고 책임질 주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감사원의 직무감찰에도 제약이 생기면서 외부 견제 장치가 약화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외부 감사관 도입과 감사보고서 국회 제출 의무화, 선관위원장 상임화 등의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과 개표 오류로 시작된 논란은 이제 선관위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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