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집권 후반기의 공식

등록 2019.11.28 21:44

수정 2019.11.28 21:55

김영삼 대통령은 그를 "학로야"라고 불렀습니다. 장학로씨는 상도동 YS 집에 20년을 살며 뒷바라지하던 집사였습니다. 그러다 대통령을 따라 청와대에 들어와 제1 부속실장이 됐습니다. 얼마 안가 그가 호텔을 돌며 기업인을 만나느라 점심을 하루에 두세 번씩 먹는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뜬소문" 이라고 일축했지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것은 김영삼 정부가 집권 반환점을 돌고 난 3년 뒤였습니다. 장씨는 기업인 공무원 정치인으로부터 모두 27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이었을 뿐, 김 대통령은 결국 아들 비리로 국민에게 사과해야 했습니다. 임기 후반 측근과 친인척의 권력형 비리가 잇따라 터지면서 급속하게 레임덕으로 빠져드는 것은, 이후 역대 정권의 공식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돌고 위험구간에 접어들자마자 청와대의 감찰 무마와 선거 개입 의혹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습니다. 울산시장 첩보 문건을 만든 장본인으로 대통령 측근이자 청와대 실세라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지목된 것도 심상치가 않습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문재인 민정수석 밑에서 일했고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조직 부본부장을 맡았습니다. 그는 민정수석실에서 대통령 친인척 관리와 민심 파악을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업무 바깥 영역인 비위 감찰과 첩보 수집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이고, 첩보 문건이 울산경찰청까지 내려간 경위도 드러났습니다. 누가 백 비서관에게 첩보를 줬는지도 곧 밝혀지겠지요. 그런데도 청와대는 첩보를 내려준 것은 맞지만 굳이 하명은 아니라고 손을 내젓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압수수색 계획을 비롯한 경찰 수사 상황을 수시로 보고 받았고, 수사를 제대로 하라며 경찰을 질책했다고 합니다. 검찰이 보강 수사를 하라는데도 경찰이 기소해달라고 매달린 심정을 알만 합니다.

선거를 앞둔 야당 시장 수사상황을 그렇게까지 일일이 챙기고 독려해놓고도 하명 수사가 아니라면 대체 뭐가 하명수사라는 것인지, 말뜻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를 끝내겠다"고 했습니다. 그 다짐이 지금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11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집권 후반기의 공식'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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