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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윤정호 앵커칼럼] 탄핵 가결, 그 이후

등록 2016.12.09 20:57 / 수정 2016.12.0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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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탄핵 표결을 앞둔 닉슨 대통령에게 지글러 대변인이 조언합니다. “워터게이트의 진실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십시오.” 닉슨은 고개를 젓습니다. “소용없다. 엎질러진 물이지. 사람의 성품은 변하지 않아.” 닉슨은 혼자 있기 좋아했고, 사람들을 믿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성격을 운명으로 여겼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 표결 하루 전에도 4당 대표 회담을 제의받지만 거부합니다. 유감 표명도 거부합니다.

2004년 3월 11일 특별기자회견
“탄핵을 모면하자 이렇게 하시는 뜻이라면 그것(유감 표명)은 제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입니다.”

탄핵안이 가결된 뒤 박관용 국회의장은 “대통령의 오기가 탄핵사태를 불렀다”고 말합니다.

셰익스피어 연극에서 성격은 운명입니다. 오델로, 맥베스, 리어왕, 햄릿… 모두 성격 때문에 비극의 계단에서 굴러 떨어집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극을 ‘성격 비극’이라고 부릅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성격 비극이라고 한다면 노무현 형(型)보다 닉슨 형에 가깝습니다. 노 대통령이 전날까지 탄핵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한 것과 달리 박 대통령은 침묵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탄핵이 가결된 날 오후, 직무 정지 직전까지 해사 졸업식에 참석해 “내년에도 오고 싶다”고 했습니다. 

탄핵 날 국회 풍경도 다릅니다. 노 대통령 때는 여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해 몸싸움을 벌입니다. 가결되자 명패와 서류를 내던집니다. 서로 끌어안고 흐느낍니다. 반면 오늘 국회는 평화로웠고 가결되자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미국 대통령 탄핵은 하원 결의, 상원 승인으로 끝납니다. 워터게이트는 닉슨이 상원 승인을 앞두고 사임하면서 일단락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탄핵 심판까지 가는 길이 순탄치 않습니다.

제1야당은 대통령 사퇴를 계속 밀어붙이면서 총리마저 탄핵하겠다고 벼릅니다. 촛불집회 주최측은 헌법재판소 앞으로 몰려갈 기세입니다.

자칫 나라가 사나운 눈보라의 겨울에서 맴돌다, 언제 올지 모를 봄을 기다리기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혼돈의 소용돌이를 피할 길은 단 하나입니다. 법이라는 등대를 보며, 법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는 겁니다. 모두가 절제해 헌정 질서를 생각할 때입니다. 앵커칼럼 ‘탄핵 가결, 그 이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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