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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2사업 '급제동'…제2의 K-2전차 되나?

등록 2020.10.20 08:51

수정 2020.11.13 10:46

[취재후 Talk]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2사업 '급제동'…제2의 K-2전차 되나?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

해병대는 상륙전투를 위해서 상륙돌격장갑차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상륙돌격장갑차는 상륙함정으로부터 내륙의 목표지역으로 신속히 상륙군을 이동시키는 장갑차로 육군의 장갑차와는 달리 고속 해상 운행이 가능해야 하는 동시에 육상 작전시에 기동력과 화력, 방호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 국내개발에서 해외도입으로 전환된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2사업

해병대가 보유하고 있는 상륙돌격장갑차는 1998년부터 전력화돼서 30년이 지난 2028년에는 수명을 다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때문에 해병대는 이 상륙돌격장갑차를 대체할 차기 상륙돌격장갑차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2009년 장기소요가 제기된 이후 2015년 선행 연구를 거쳐 2016년에 국방장관이 주관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국내 개발하는 것으로 사업추진기본계획이 수립됐습니다. 그런데 2017년 7월에 사업을 진행하던 방위사업청은 사업분과위원회를 열어 현실적으로 국내 개발이 힘들 수 있다며 해외 도입도 병행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탐색개발에 860억원을 투입하고,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체계개발에 1600억원, 그리고 2029년부터 2036년까지 1조 8600억원을 투입해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사업규모만 2조 1000억원 수준으로 해병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입니다. 

 

/ 영상출처: 국방부

■ "해상 운행 위해선 2000마력 이상 엔진 필요"

방위사업청이 국내개발에서 해외 도입으로 방향을 튼 것은 앞서 언급한 해상에서도 고속 운행이 가능해야 한다는 상륙 돌격장갑차의 특징 때문입니다. 적의 해안포 사정권 밖에서 상륙돌격장갑차는 병력을 싣고 함정을 이탈한 뒤에 최대한 신속하게 해안에 도착해 해안포 진지 등을 제압해야 합니다.

파도를 가르고 전진하려면 2000마력 이상의 강력한 엔진이 필요한데 국내 기술로는 제작이 힘들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해병대가 요구한 작전요구 성능을 충족시키려면 이 정도의 힘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또한 엔진의 힘을 조절해 전달해 주는 변속기도 엔진이 강해진만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엔진과 변속기, 동력 분배장치는 해외 도입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현재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는 엔진은 K-2전차에 쓰는 1500마력이 최고이고, 변속기는 아직 이 엔진에 맞는 내구도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독일산을 쓰고 있습니다.

■ 감사원, "해외도입 전환 잘못…엔진도 국내산 배제"

그런데 감사원이 작년 6월부터 올해까지 국방과학연구소 감사를 하면서 상황이 돌변했습니다. 감사원은 감사를 거쳐 방사청이 2017년 7월 사업분과위원회에서 상륙돌격장갑차 엔진과 변속기, 동력분배장치를 국내 개발에서 해외 도입으로 바꾼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장관이 주재하는 방추위에서 결정한 사안을 방사청 사업분과위에서 바꾼 것은 잘못이라는 겁니다.

두번째로 국방과학연구소가 엔진을 2000마력 이상으로 정한 것은 국내 엔진을 배제하기로 한 것으로 잘못됐다는 감사결과를 내놨습니다.

방사청은 이런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받아들여 엔진을 담당한 STX엔진과 변속기와 동력배분장치를 맡은 S&T중공업, 그리고 체계결합 업체인 한화디펜스에 개발 중지를 지시하고, 국내 개발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사청을 믿고 해외 업체에게 개발을 의뢰했던 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2018년부터 시작된 탐색개발이 많이 진척돼 있는 상황에서 사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계약 파기시에 해외 업체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것도 감수해야 할 상황입니다.

■ 누구도 거부하지 못하는 국산화라는 신화

이 사업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 문득 K-2 전차 사업이 떠올랐습니다. K-2전차는 파워팩(엔진과 변속기 등의 결합체)의 한 요소인 변속기가 내구도 검사에서 번번이 기준(결함없이 9600km운행)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사업이 2년동안 중단된 적이 있습니다. 전력화가 늦어진 것은 당연합니다.

급기야 변속기를 독일산으로 쓰는 극약처방을 써서 2차 양산을 했습니다. 이제 3차 양산을 앞두고 변속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방위사업청은 내구도 검사의 기준이 되는 국방품질 규격을 바꾸고 '국산화 재시동'이라는 보도자료까지 냈습니다.

국방품질 규격은 이전에는 운행시 벨트나 오일 교환 정도는 연속 운행으로 인정해줬는데, 이제는 치명적 결함이 아닌 볼트 교체와 같은 것은 연속 운행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이게 맞는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방위사업청은 내구도 검사를 실시해서 기준을 넘지 못하더라도 그 결과만을 놓고 장관이 주재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국산화를 결정하겠다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성능이 기준의 70%만 나와도 국산화 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누군들 우리손으로 우리 무기 만들겠다는 것을 반대하겠습니까? 그런데 이 정도면 국산화라는 신화에 빠져, 우리군의 능력을 하향 평준화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륙돌격장갑차-2의 경우에도 비슷합니다. 일단 국내 개발로 전환되면 그동안 투입됐던 비용은 일부 매몰돼야 하고, 신규 개발 비용도 따로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해외 업체에 개발을 의뢰한 업체들은 소송도 불가피합니다. 해병대 입장에서는 제때 상륙돌격장갑차를 인도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걱정해야 합니다.

또 다른쪽에서는 우리군이 미국 무기들을 참고하다보니 우리 실정에 맞지 않게 너무 높은 작전요구 성능(ROC)를 설정한다고도 합니다. K-2 전차의 변속기도 그런 논리도 국산화가 추진중이고,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2도 1500마력이면 충분하다는 반론입니다.

■ ROC 문제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나?

ROC는 소요권이 제시하면 합동참모본부에서 결정을 합니다. 항상 반복되는 ROC 문제를 해결하려면 ROC를 결정하는 합동참모본부 회의에 전문가들을 투입하고 시스템을 정비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최적의 ROC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후환이 두려워 ROC는 누구도 건드리지 않으려 하고, 방사청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실질적으로는 ROC를 변경하는 일종의 편법을 쓰는 일들이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우리 손으로 만든 명품무기라고 내세우고 있는 K-9 자주포의 엔진은 독일산입니다. 그럼에도 해외 수출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엔진을 국산화하는 사업도 추진중입니다.

천조국으로 불리는 미국도 엔진 기술에서는 독일의 기술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M-1 에이브럼스 전차도 독일 디젤엔진의 기술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가스터빈 엔진을 쓴다고도 합니다.

해병대 상륙돌격장감차-2사업이 K-9자주포와 K-2전차 중 어느쪽 길을 택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안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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