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새만금 세계잼버리 조직위원회가 7일 사업비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인건비 등 운영비로 740억 원을 썼다"는 언론 보도에 반박하기 위한 해명자료였는데요. 조직위는 "사업비 740억 원 대부분은 야영과 프로그램 운영에 쓰였고 순수 운영비는 84억 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그렇다면 사업비는 적절하게 사용된 걸까요?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서 대회를 치렀던 2015년 일본 야마구치현 세계잼버리 회계 보고서와 내역을 비교해봤습니다.
▲ 2015 야마구치 세계잼버리 회계 보고서
◇ 예산은 일본의 3배인데…현장에선 "예산 없다는 말만 들어"
새만금 세계잼버리 총사업비는 1171억 원, 2015년 일본 야마구치현 잼버리 총 예산은 380억 원입니다.
한국의 참가자 규모가 4만3000명으로 일본의 3만4000명보다 많다고 해도 사업비가 일본의 3배가 넘는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전체 규모에서도 차이가 많이 나지만, 구체적으로 따져보니 중점적으로 지출한 부분도 달랐습니다.
일본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전체 사업비의 20%를 영지 관리, 즉 화장실 샤워장을 포함한 잼버리 시설을 확충하는 데 썼습니다. 반면 한국은 1171억 원 가운데 야영장 조성과 화장실 샤워장 등 설치에 119억 원(10%)을 배정했습니다.
더욱이 문제는 이 비용이 제대로 쓰였는지도 확실치 않다는 점입니다. 현장에 있는 한국스카우트연맹 관계자는 TV조선과 전화 통화에서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구역에 화장실이 턱 없이 부족해서 조직위에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예산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면서 다른 구역도 마찬가지였다고 했습니다.
[스카우트 관계자(현장 운영위원)]
"이 구역에 화장실이 최소 260개 정도는 필요하다고 그랬는데 시작할 때 17개가 들어왔어요. 회의 때 이런 거 이런 거 얘기를 하면 예산이 없대요. 조직위원회에서는 '예산 없습니다' (그러면) 더이상 말을 못해요.
다른 곳도 보통 한 구역에 2000명 정도씩 수용하는데 모바일 화장실(이동식 화장실)이 2~3개 들어가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 급식·방역, 돈 썼다는데 '엉망'…홍보에는 '펑펑'
그렇다면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는 이 많은 예산을 어디에 썼을까요. 1171억 원 가운데 전북도와 부안군이 쓴 기반시설 등 예산을 빼고 조직위원회가 쓴 돈만 870억 원입니다.
조직위 사업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식사 제공(121억 원)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회 초기 곰팡이 핀 달걀을 줬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부실 논란도 이어졌죠.
공무원 해외 출장으로 도마에 오른 인건비(55억 원)와 운영비(29억 원)는 합쳐서 84억 원이었습니다.
일본은 인건비와 운영비, 출장비까지 모두 합쳐 34억 원을 썼다고 보고했는데, 우리는 일본보다 50억 원 더 많은, 2.5배 규모를 쓴 겁니다.
또 눈에 띄는 건 홍보와 공연 비용이 많다는 점입니다. 델타 전시홍보관 운영비만 21억 원, 공연이벤트 비용이 45억 원입니다. 일본은 홍보와 마케팅을 모두 합쳐 9억 원 정도 썼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밖에도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코로나 방역과 의료시설에 28억 원, 해충 방역과 기피제 보급에 7억6000만 원을 썼다는데,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에선 131명(7일 0시 기준)이 코로나에 확진됐고 하루 수백명씩 벌레물림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물웅덩이가 많아 모기가 기승을 부린 데다 '화상벌레'까지 출현하면서 결국 의료진 부족으로 민간 의료지원단이 투입됐습니다. 현장에 있는 관계자는 대회 시작 전까지 '방역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초반에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스카우트 관계자(현장 운영위원)]
"대원들이 들어오기 한 3일 전부터 방역을 했었어야 해요. 근데 전혀. 모기에 물릴 만큼 물리고 나서 방역이 시작이 된 거예요. 예산이 있었다면 시작할 때부터 줬었어야죠, 물이라든지 기타 등등 여러가지 모기 기피제라든지. 방역은 시작하기 전에 했었어야죠. 예산이 있었다면 그걸 왜 안 했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의문점이…."
▲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총사업비 내역
◇ 잼버리 예산 조달은 어디에서?
전체 예산 1171억 원 가운데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낸 세금이 800억 원이 넘습니다. 국비 도비 시군비를 합쳐 전체 68.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잼버리 대원들이 낸 참가비는 400억 원 정도로, 34% 였습니다. 일본은 참가자 등록가 전체 예산의 67.7%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국가 지원금은 중앙 정부가 아닌 야마구치 현을 중심으로 12.7%에 그쳤습니다.
지금까지 준비한다고 쓴 돈도 돈이지만 뒷수습하느라 들어가는 추가 예산과 민간 지원, 거기에 조기 철수로 투입되는 돈까지 감안하면 비용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